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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펌] 온산공단 大변신···"환경경영이란 이런 것"

by 사우람 2010. 7. 12.

온산공단 大변신···"환경경영이란 이런 것"


親환경·相生경영으로 연 100억원대 순이익… “생태단지 조성되면 7천億대 부가가치 가능”

: 이상재·이혜경 기자 (sangjai@joongang.co.kr)


##########2* 지난 1980년대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불렸던 온산공단이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금 온산공단에서는 ‘이웃’ 울산·미포공단과 연계해 자원순환형 생태산업단지로 거듭나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공장 부산물을 이용한 하수처리와 폐열 활용 등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24일부터 이틀간 울산의 ‘정맥’이 맑아지는 현장을 다녀왔다.<편집자>
이고 마- 말도 마이소. 다 옛날 얘기지예. 울산 이제 많이 좋아졌다 아닌겨. 숨 한번 크게 들이켜 보소. 서울보다 나으면 낫지 못하진 않을깁니더.”

부산이 고향으로 A유화공장에 23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병기(가명·51·울산광역시 남구 옥동)씨는 알아주는 ‘민원꾼’이었다. 큰아들이 공해병으로 천식을 크게 앓고 나서부터 환경 문제라면 도맡아 시청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제 그것도 한때 얘기”라고 회고한다.

“지금이야 ‘한때’라고 말하지만 진짜루 피곤했지예. 한여름에 빨래도 제대로 못 말리고 장독 뚜껑도 못 열어놓는다고 생각해 보이소. ‘울산 사는 죄’라면 죄였지예. 불과 10년 전만 해도 비온 뒤에는 늘 폐수처리장의 폐수가 반으로 줄고 대신 인근 강물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니까예.”

택시기사 김보화(44·울산광역시 남구 신정동)씨도 비슷하다. 손님이 “온산공단까지 가자”고 하면 돌아보지도 않고 내빼던 시절이 있었다. “공단에 들어가기만 하면 목이 칼칼하고 매캐해져 오는데 8,000원 안 벌고 말지”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모두 ‘한때’ 얘기가 됐다. 두 사람은 이제 알아주는 민원꾼도, 승차 거부를 하는 택시기사도 아니다. 강한원 울산광역시 환경국장도 “벌써 옛날 얘기”라며 운을 뗀다. “지난 2000년 51건이던 환경 민원이 올해는 2건만 신고됐습니다. 대기며, 수질이며 ‘수치’상으로 울산은 이미 친환경도시입니다 ‘환경오염의 대명사’라는 것은 벌써 10년 전 얘깁니다.”

##########3*환경 민원 51건에서 2건으로 뚝

온산공단이 변했다. 넓게는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이 변했다. 그런데 온산이 어떤 곳인가.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면 일대 계란 모양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온산공단은 한국 최초의 공해병이라는 ‘한국판 이타이이타이병’이라는 ‘온산병(病)’을 경험했던 곳이다.

1980년대 농작물과 양식장 피해로 시작돼 지역 주민 1만명 가운데 1,000여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지금도 환경전문가들은 온산병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시화호 사태 등과 함께 환경오염에 관한 ‘3대 악(惡)의 축’으로 꼽는다. 이런 온산이 변한 것이다.

‘숫자’를 먼저 보자. 2003년 아황산가스 발생량이 0.011ppm(1ppm=100만분의 1개)으로 95년(0.028ppm)에 비해 배 이상 줄었다. 일산화탄소 발생량 역시 지난해 평균치가 0.6ppm에 불과해 95년(1.3ppm)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강한원 환경국장은 “아황산가스를 빼고는 오존·미세먼지·이산화질소 등 유해물질 발생량이 서울·울산·대전보다 적다”며 “2000년을 기점으로 해서 울산의 대기가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질 역시 꾸준히 개선돼 지난해에는 태화강 하류 수질이 90년대 이후 처음으로 환경기준을 만족시켰다.

온산공단의 변신 비결에 대해 강국장은 ‘3C’를 꼽았다. 시·환경당국·시민단체의 적절한 규제정책(Control)과 환경운동, 이업종 부산물 교류(Cooperation)를 통한 상생(相生)의 환경 시스템, 그리고 최고경영자(CEO)의 환경 마인드가 바뀌면서 ‘환경경영=효율성 증대’라는 인식이 정착했다는 얘기다.

울산의 환경이 좋아진 데는 ‘물시장’의 불 같은 추진력이 한몫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의 별명은 ‘물시장’이다. 맑고 깨끗한 물에 대한 집념이 강해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명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이 계기가 됐다. 박시장은 ‘환경 월드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다.

염료회사인 B공장은 한때 하루 3억원씩 벌금을 맞은 적이 있었다. 이 공장은 결국 환경설비 투자를 위해 1년여 동안 라인을 세워둬야 했다. 종업원 100여명을 거느린 S사업장은 아예 중국으로 생산라인을 옮겼다. 적잖은 CEO들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CEO가 환경 책임자를 겸하도록 규정했으니 조사 등의 이유로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 것.

이와 함께 90년대 들어오면서 기업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온산공단 인근에서 베어링 공장을 경영하는 P사장의 말이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환경 담당자에게 1억원이든, 2억원이든 예산을 떼어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환경관리였습니다.” 그 ‘예산’으로 시설 투자를 하든, 공무원에게 로비를 하든 ‘잡음’만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P사장의 말이다.

##########4*“울산에 폐기물은 없다”

“울산에는 폐기물이 없다.” 이용순 삼성정밀화학 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이사장만이 아니다. 기업의 CEO든, 공무원이든,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든 울산에서는 ‘폐기물’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폐기물이 아니라 ‘부산물’(副産物)이라는 것이다. 쓰레기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부산물을 활용한 상생의 환경 시스템은 온산공단을 살린 또 하나의 키포인트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산하수처리장에 삼성정밀화학의 산업폐수 처리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2002년부터 온산하수처리장은 삼성정밀화학의 ‘메셀로스’ 공정에서 나오는 산업폐수를 활용해 오수를 정화하고 있다. 메셀로스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메탄올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미생물의 최고 먹이가 된다. 이를 활용해 하수처리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LG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 역시 눈여겨볼 케이스다. 두 회사 모두 수십 가지 원소가 섞인 광석을 가공해 순도 높은 제품을 만든다. 다만 ‘전공’이 달라 LG니꼬는 구리를, 고려아연은 아연을 주로 뽑아낸다. 두 회사는 지난 2000년 의기투합했다. LG니꼬에서 구리와 금·은 등을 뽑아낸 나머지 부산물은 고려아연이, 고려아연에서 아연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아연잔사)은 LG니꼬가 구입해 활용하고 있다.

SK㈜-코엔텍 사례도 상생의 환경경영으로 꼽힌다. 이들은 각각 공장 가동에서 나오는 순수(純水)와 폐열을 증기로 가공해 인근에 입주해 있는 울산퍼시픽·태영인더스트리 등에 공급하고 있다. ‘버리는 자원’으로 이들이 올리는 매출은 연간 47억원대.

LG니꼬 역시 한국제지에 증기를 판다는 계약을 맺고 80억원을 들여 파이프 공사를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3~4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이쯤 되면 부산물이라기보다는 ‘복덩이’인 셈이다. 물론 증기를 사다 쓰는 입장에서도 그만큼 석유를 아낄 수 있어 이익이다.

이밖에도 울산시와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용연하수처리장 잉여가스 재활용 사업에 착수해 소화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재활용하고 있다. “그냥 소각해 버리는 하수처리장 잉여가스를 회수해 공장 보일러 연료로 이용하면 좋겠다”는 SK케미칼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돼 지금은 어엿한 사업이 됐다. SK케미칼 측은 5년 동안 최고 7억원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박흥석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울산지역환경개발센터 연구개발실장)는 “부산물 활용은 그 자체로 친환경적임은 물론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100점짜리”라고 소개한다. 생태환경 조성에 투자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곧바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현장에서도 같은 목소리다.

“삼성정밀화학이 자체적으로 오수 처리를 했을 때 연간 4억원 정도가 듭니다. 그런데 재활용을 통해 이 돈을 아끼면 곧바로 이익이 됩니다. 4억원 순이익을 내려면 대략 5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빠른 방법이지요. 여기에다 고도처리 과정을 거칠 경우 하수처리장이 부담해야 할 돈이 10억원이 넘으니 이것도 이익입니다.”(박형담 삼성정밀화학 생산기술센터 차장)

“10년간 7천億대 부가가치 가능”

삼성정밀화학-온산하수처리장, LG니꼬-고려아연, SK㈜-코엔텍 사례가 부분적이라면 울산은 이들을 새끼줄처럼 이어서 생태산업단지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사업 이름은 ‘미포·온산 생태산업단지’. 미포·온산단지는 지난 6월 말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생태산업단지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미포·온산단지 사업에는 SK㈜·현대자동차·LG니꼬동제련·SK케미칼·코엔텍 등 7개 업체가 참여한다. 현대차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을 ㈜에너지가 내장재로 재생하고, 여기서 남은 부산물을 다시 LG니꼬에 보내 대체에너지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17페이지 그림 참조>. 조혜영 산업단지공단 책임연구원은 “생산자-소비자-분해자가 선순환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원 활용도를 높이고 오염원을 근원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생태단지가 가져올 경제적 부가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귀호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청정기획팀장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추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제하면서 “지금까지의 청정생산 사례를 적용하면 1개 산업단지에 대해 5년간 약 300억원이 투입됐을 경우 향후 10년간 7,000억원대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솔깃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책상머리에 있는 얘기다.

온산공단은… ‘공해 온상’에서 생태단지 첨병으로

지난 1974년 4월부터 조성된 국가산업단지. 66년 정부가 석유화학·자동차·조선공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울산·미포지역에 국내 첫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한 뒤 관련 비철금속 제련업을 중심으로 울주군 온산읍 일대 520만평 부지에 조성됐다.

2004년 6월 현재 178개사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LG니꼬동제련·고려아연·에스오일·대한유화·풍산·한국제지 등이 꼽힌다. 근무하는 종업원 수가 9,800여명에 이른다.

비철금속 단지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한국판 이타이이타이병’으로 불린 온산병(病)으로 악명이 높았다. 70·80년대 공단에 둥지를 튼 중화학 공장에서 내뿜는 유해가스와 오염물질이 지역주민들 신체에 축적되면서 눈병·피부병 등을 일으킨 것.

85년 공해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곳 주민 1만명 가운데 1,000여명이 뼈마디가 쑤시고 눈병·기침·피부병 등 합병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결국 정부는 430여억원을 들여 지역민 1만여명을 이주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온산공단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공장 부산물을 자원화하는 ‘생태산업단지의 첨병’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2004년 08월 07일 7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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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LINEBREAKER@NHN@>

"相生경영으로 100억원씩 번다"

온산공단 되살린 부산물 재활용 사례… “수십개 기업 엮여야 생태경영 가능”

: 울산=이상재·이혜경 기자


##########7* 환경경영은 더 이상 ‘돈 먹는 하마’가 아니다. 경제적 효율과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돈이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박흥석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의 주장은 거침이 없다. “환경도 살리면서 기업의 이윤 창출에도 기여하는 상생(相生)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제로 SK㈜·LG니꼬동제련·고려아연·삼성정밀화학 등 울산의 주요 기업들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이용한 환경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부수입치고는 꽤 두둑하게 지갑을 불리고 있다. ‘버리는 자원’이 투입된 일이라 초기의 시설 투자를 빼면 거의 남는 장사다. 박교수는 적어도 이런 생태사슬에 100개 기업은 더 엮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8*삼성정밀화학+온산하수처리장
산업폐수 속 메탄올로 생활오수 중화


울산광역시 북쪽의 미포공단에 위치한 삼성정밀화학 공장에서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온산하수처리장까지는 20㎞에 이른다.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이 거리를 날마다 10t짜리 탱크로리 2대가 7회씩 운행한다. 하루에 실어나르는 물량이 150t이나 된다.

탱크로리에 실린 짐은 다름 아닌 ‘산업폐수’다. 정확히는 삼성정밀화학이 만드는 ‘메셀로스’ 라인에서 나오는 폐수다. 메셀로스는 펄프에서 추출해 만든 치환제 브랜드로 의약용 연고나 화장품·로션·치약·건설용 부자재 등으로 널리 쓰인다.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이 하루 300t가량. 이 중에 절반이 온산하수처리장으로 직행한다.

“메셀로스 부산물에 메탄올이 4% 정도 섞여 있습니다. 이대로 버리면 메탄올을 정화하는 데만 연간 4억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민이 시작됐지요.”

2002년 5월 박형담(41) 삼성정밀화학 생산기술센터 BiCEL팀 차장(당시 과장)은 메탄올 성분이 들어 있는 폐수의 재활용 방안을 연구했다. ‘생활오수에는 질소 성분이 많다.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미생물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메탄올이 들어가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메탄올이 필요할 만한 곳-. 박차장은 곧바로 서권수 울산시 하수처리과 사무관을 찾아갔다. 마침 온산하수처리장에 고도처리 공정이 새로 도입되면서 연간 10억원대 메탄올 구입 예산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었다. 시 입장에선 솔루션이 필요했던 셈이다. “메탄올은 그냥 흘려버리면 오염물질이지만 산업폐수와 만나면 미생물이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미생물한테는 ‘보약’(補藥)이라고 해야지요. 마침 온산처리장에서 이 보약이 필요했습니다.”

이틀 뒤에 정경옥 온산하수처리장장을 소개받았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윈-윈 모델이 나오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것. 이때부터 삼성정밀화학은 메셀로스 부산물 가운데 150t을 온산처리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정밀화학은 연간 폐수처리비용 4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처리장 측은 1억원 정도의 촉매제 비용을 줄였다. 고도처리를 하면 메탄올 구입을 위해 10억원을 더 들여야 했던 것까지 감안하면 연간 15억원을 절감하고 있는 셈이다.

폐기물 제로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박형담 차장은 “내년부터 부산 녹산사업소·진해 진영하수처리장 등에 메탄올 부산물을 보내기로 정해졌다”며 “이렇게 되면 적어도 메셀로스 라인에서 폐기물은 제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9*LG니꼬동제련+고려아연
“나에겐 쓸모없지만 상대방에겐 보석”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귀금속잔사(귀금속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에 아연이 꽤 들었던데, 고려아연에서 재활용하면 어떨까. 공장도 바로 옆에 있으니 좋잖은가?”(이정하 LG니꼬동제련 전무)

“그러고 보니 우리 쪽에서 나오는 아연잔사에도 구리가 상당히 함유돼 있는데…. LG니꼬에서 쓸모가 있을 것 같네.”(최근철 고려아연 사장)

최근철(54) 고려아연 사장과 이정하(55) LG니꼬동제련 전무(온산제련소 공장장)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69학번 동기생으로 35년지기다. 두 회사 역시 ‘막역한’ 사이다. LG니꼬와 고려아연은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온산공단 한복판에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LG니꼬는 구리(銅)·금·은 제련에서, 고려아연은 아연 부문에서 각각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회사다. 수십 가지 원소가 뒤섞인 광석에서 각각 구리와 아연 성분을 뽑아내 순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데 세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 회사는 몇 년 전부터 아연과 구리·금·은 등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을 상대 회사와 주고받고 있다. 각 회사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자기 회사 입장에서 보면 ‘단물’을 다 빼먹은 필요 없는 물질이다. 그러나 상대 회사 입장에서 보면 필요한 물질이 잔뜩 들어 있는 ‘보석’이다.

최사장과 이전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 2000년 초였다. 손을 먼저 내민 사람은 이정하 전무였다. LG니꼬 관계자는 “두 분이 가끔 전화 통화도 하고 식사도 하는 등 교류가 잦은 편인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산물을 함께 활용하자는 논의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봄 LG니꼬에서 구리와 금·은 등을 뽑아낸 나머지 부산물(귀금속잔사)을 고려아연이 구입한 것이 두 회사의 첫 거래였다. 이어 2002년부터 고려아연에서 아연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아연잔사)을 LG니꼬가 구입하면서 ‘부산물 주고받기’가 본격화됐다.

물량도 상당하다. LG니꼬는 지난해 약 2,100t을 고려아연에 판매했다. 값으로 치면 200억원을 웃돈다. 고려아연이 LG니꼬에 보내는 아연잔사도 5,300t으로 53억원어치에 달한다. LG니꼬에서는 귀금속잔사 가운데 아연 성분이 80∼90% 들어 있는 것을, 고려아연에서는 아연잔사 가운데 구리 성분이 80∼90%가량 함유된 것을 골라 상대 회사에 보낸다.

조한영 LG니꼬 귀금속팀장은 “과거에는 귀금속잔사 대부분을 해외에 수출하다가 지금은 고려아연에 상당량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사이라 물류비 부담이 거의 없어 수출할 때보다 이윤도 많다.

고려아연이 LG니꼬에 보내는 아연잔사도 마찬가지다. 우선 아연광석을 수입할 때보다 귀금속잔사를 쓰는 것이 더 저렴해 ‘남는 거래’다. 재고 처리에도 한숨 덜었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아연잔사를 고스란히 공장 안에 ‘모셔두고’ 있었다.

그것도 20여년 동안 웅덩이를 파 아연잔사가 생길 때마다 그 안에 방치해 뒀다. 마침 LG니꼬로부터 부산물 맞거래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조영수 고려아연 환경안전팀장은 “쌓아두고만 있던 아연잔사를 상품으로 팔면서 이윤도 챙기고, 공장 안에 활용 공간이 넓어지는 부수 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SK㈜+코엔텍
폐열 옆 공장에서 받아 동력으로 활용


LG니꼬동제련은 최근 80억원을 투자해 파이프 연결공사를 하고 있다. 파이프의 목적지는 3.5㎞나 떨어져 있는 한국제지. 이 ‘파이프’ 하나를 통해 LG니꼬는 연간 20억∼30억원대 추가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LG니꼬가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열(증기)을 한국제지에 팔고, 한국제지는 이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계약을 맺고 나서다.

한국제지도 이득을 보게 된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연간 2만t의 벙커C유를 모두 증기로 대체하면서 10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에서는 이렇게 열 장사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회사가 SK㈜와 산업폐기물 소각처리업체인 코엔텍의 상생 사례다. 두 회사는 잉여 폐열을 이용한 증기 공급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SK㈜의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순수(純水)를 코엔텍에 공급, 여기에서 산업폐기물 등을 소각해 발생한 증기를 울산퍼시픽·태영인더스트리·대한제당 등에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두 회사는 지하로 배관망을 연결해 염가로 증기를 제공하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울산시가 지역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추진하다가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중단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2년 4월 SK㈜가 자금을 대면서 두 회사의 공생(共生)이 시작됐다.

설비 투자에 모두 24억원이 들었는데 벌써 수익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증기 1t당 단가는 약 2만원. 연간 증기 공급량이 24만여t에 달해 두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47억원이 넘는다. 코엔텍 관계자는 “에너지 수입 절감을 포함하면 약 8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박흥석 울산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은 돈이 아니라 의지로 하는 일”

박흥석(48) 울산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울산에서 가장 열성적인 환경 전문가로 꼽힌다. 울산지역환경개발센터 연구협력실장을 겸임하고 있으면서 온산·미포공단을 생태산업단지로 바꾸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교수는 생태단지 조성은 “돈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의지로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온산공단의 변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환경오염의 온상’이었던 온산공단은 이제 생태산업단지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삼성정밀화학과 온산하수처리장의 공생 관계가 눈길을 끈다. LG니꼬동제련의 폐열 활용, SK㈜와 코엔텍의 폐열 판매 사례 등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태경영·환경경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고, 환경 관점에서 보면 지속 가능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형평이 맞아야 한다. 90년대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환경 시설에 투자하면서 내부적으로 환경경영에 대한 기반은 갖췄다. 이제는 시야를 바깥으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왜 지금 생태단지 조성이 시급한 것인가.

“이제 환경은 생존전략이다. 한국 기업은 이제 구멍가게가 아니다. 노동관계도, 환경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 일부에서는 환경 규제가 무섭다고 중국으로 달아나는데, 중국은 영원히 규제 없을 듯싶은가. 더욱이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닌가. 환경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맥산업이다. 동맥산업이 경제의 기운을 돌게 한다면 경제를 맑게 하는 일이다. 사실 지금도 늦었다.”

우리나라 공단 대부분은 70년대부터 조성된 ‘굴뚝단지’다. 그만큼 어려운 면이 많을 텐데….

“생태단지에 대한 오해가 그것이다. 환경경영과 생태경영은 단지 돈을 쏟아붓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운영기술을 바꾸자는 것이지 시설투자를 늘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수십개, 많게는 100개가 사슬처럼 엮여야 제대로 구실을 한다. 그러려면 의지와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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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04년 09월 07일 753호

 

출처] http://magazine.joins.com/article/200409/01/2004090111390593011k000k600k601.html